탄소배출량 줄일 기술로 주목받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하는 기술
천연가스-물 소비량 만만치 않아… 2050년 곡물가격 6배 상승 전망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표한 보고서는 세계 기온 상승량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유지하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로 대기 중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모아 없애는 청정기술인 ‘역배출기술(NET)’을 꼽았다. 하지만 최근 청정기술로 손꼽히는 NET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드레스 클래런스 미국 버지니아대 시스템및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에너지와 물, 토지 사용에 영향을 미쳐 곡물 가격이 지금보다 6배 이상 오를 수 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25일(현지 시간) 소개했다.
NET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기후변화를 막을 가장 강력한 후보 기술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숲을 울창하게 가꾸는 방안부터 이산화탄소를 잘 빨아들이는 나무를 키워 바이오 연료로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많은 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잘 활용되지 않아 왔다. 이런 이유로 기계설비로 대기 중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뽑아내는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이 새로운 NET 중 하나로 주목을 받아왔다. 캐나다 스타트업 ‘카본 엔지니어링’은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땅속에 저장하는 대규모 포집기를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5년쯤이면 직접포집 방식으로 매년 약 30억 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7% 수준이다.
연구팀은 NET를 활용할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을 미처 계산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DAC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물의 소비량은 만만치 않다. 연구팀은 2050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DAC 장치를 운용하려면 현재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의 115%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저장 장치에 활용하는 물의 양도 상당했다. DAC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전기 생산에 활용하는 물의 35%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결국 DAC에 들어가는 비용과 자원을 숲 조성과 바이오 연료 활용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농업 용지와 용수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옥수수와 밀, 쌀 등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은 2050년 곡물 가격이 2010년과 비교해 약 5∼6배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 국가는 곡물 가격이 3∼5배 오르고 유럽과 남미에서도 2∼3배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클래런스 교수는 “DAC가 산림을 조성하고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토지 사용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농지와 경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산화탄소 저감에 필요한 기술 역시 한계가 드러나면서 화석 연료를 쓰는 것은 앞으로도 엄청난 도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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